글을 쓴다고 하면 사람들은 모두 시인이 되거나 아니면 소설가가 되거나 수필을 쓰는 사람이 되는 걸로 생각한다. 학교에서도 글쓰기를 하면 으레 작가가 되는 수업으로 생각한다. 초등학교에서도 중학교에서도 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학에 가서는 정말 어이없게도 리포트를 내는 일은 글쓰기로 생각하지도 않는다.이런 오해는 비단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오래된 전통이 되어 굳어졌다. 우리는 흔히 에세이라고 하는것을 수필쯤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주위에 시인이나 소설가나 수필가나 동화를 쓰는사람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각 분야에서 자기 분야의 글을 쓰고 있다. 대학에서 연구 논문을 쓰는 일은 마치글쓰기가 아니라 오로지 학문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사람들 중 자기 분야에서 월등하게 앞서 가고 대중들로부터 주목을 받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가 한결같이 글을 쓰는 사람들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자세히 보는 사람이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자세히알고 보면 생각이 일어나는데, 그 생각을 말로 하기도 하고 글로 쓰기도 한다. 시골 의사 박경철이라는 사람의 글을 보면 모두가 자기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세히 보고 쓴 글들이다. 의사가 자세히 보아야 할 것은 다른무엇보다도 환자일 것이다. 자기가 치료해야 할 환자를 자세히 보다보니 생각이 많이 일어났을 것이다. 생각이 너무 많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모르다가 그 생각들을 정리했을 텐데 그걸 글로 정리를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들이 많을 것이다. 노벨상을 받고도 남을 학문의 업적이 세계적인 사람들이 있을 텐데, 아직 우리나라 학자들이 노벨상을 못 받는이유 중에 하나가 감동을 주는 글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외국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어떤 분야의 학문이든 모든 공부가 에세이 쓰기라고 알고 있다. 선생을 30년을 해도 교육에 대한 에세이 하나 쓸 줄 모르는 선생들이 너무 많다. 비단 교사들뿐 아니다. 자기 분야에서 몇십 년 일을 하면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할 말이 있을 것이다. 그 할 말을 정리하면 글이 된다. 글을 쓰다가 보면 자기가 하는 일이 정리되고, 그러다보면 자기가 하는 일이 더 자세히 보이고, 자세히 보이기 때문에 할 말이 많아질 것이다. 그러다가보면, 자기가 하는 일이 더더욱 자세히 보이게 되고…… 이렇게 자꾸 반복하다가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기 분야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가고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글은 자기의 삶을 정리하는 철학적인 사고를 길러준다. 철학이란 삶을 정리하고 정리하다가 보면 또다른 세상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다. 그게 창조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글쓰기란 이와 같이 늘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행위의 전 단계다. 글쓰기란 자기가 하고 있는 일, 자기가사는 세상을 자세히 보는 일에 다름 아니다. 글이란 내가 생짜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세상을 자세히 보고 나름대로 해석하고 정리하여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일이다. 글쓰기는 자기가 하고 있는일을 자세히 보게 하고, 또 놀랍게도 그것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힘을 길러준다. 예술적인 감동을 불러오는것, 그것은 생명을 가진 것들이다. 생명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온다. 글은사라지고 죽어가는 것들을 되살려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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